10나노 이하 미세공정 난항…반도체 1위 자리 흔들
CPU 자체 생산 유지…GPU·칩셋 위탁생산 강화
증권업계, 파운드리 강화하는 삼성전자 수혜 전망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인텔이 2023년까지 반도체 자체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비중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21일(미국 현지시간) 인텔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내정자 팻 겔싱어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이어진 콘퍼런스 콜에서 “우리의 2023년 제품 대다수가 내부적으로 생산될 것”이라며 “우리 관심은 기술 격차를 좁히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서 기술에서 명백한 선두 자리를 되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생산물량 중 특정 기술과 제품에 대해 외부 파운드리 이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종합 반도체 1위 기업의 자리를 지켜왔던 인텔은 10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서 난항을 겪어왔다. 지난 2014년 세계 최초로 14나노 공정에 성공한 인텔은 이후 2016년에 10나노, 2018년에 7나노 칩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도 14나노 공정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그 사이 경쟁자인 AMD는 7나노 공정에,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삼성전자는 5나노 공정에 성공한 것과 대조된다.
인텔은 지난해 7월 7나노 프로세서 출시가 기존 목표인 올해 말보다 약 6개월가량 늦춰질 것이란 발표를 해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어 10월엔 “2021년 초 7나노 장비를 추가 구비할지, 파운드리를 맡겨야 할 지 결정할 것”이라며 자체 칩 생산을 대폭 줄일 것이란 전망도 관측된 바 있다.
이날 겔 싱어 차기 CEO의 선언은 칩 자체생산 선언은 이러한 시장의 예상을 깨고 오는 7월부터 7나노 공정에 박차를 가해 오는 2023년 자체제작 칩을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밥 스완 현재 인텔 CEO도 “인텔은 지난해 7월 밝혔던 문제(7나노 공정 난항)를 해결했고 6개월간 7나노 공정을 회복하려 노력했다”며 “2023년 예정된 일정으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다만 인텔이 자사의 주요 포트폴리오인 CPU는 직접 생산을 하더라도, 그래픽처리장치(GPU)나 PC 메인보드 등에 탑재되는 칩셋에 대해선 위탁생산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초미세공정의 핵심 요소인 극자외선(EUV) 공정을 갖추고 5나노 이하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 기업은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업계에서는 TSMC가 GPU 생산을, 삼성전자가 칩셋 생산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1일 미국 IT 시장 조사업체 세미어큐리트와 증권업계 등은 “인텔이 최근 삼성전자와 반도체 파운드리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매월 300mm 웨이퍼 1만5000장 규모의 인텔 칩을 생산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이와 관련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오스틴팹 외주 계약이 사실이라면 인텔 입장에서는 TSMC의 독점 계약보다는 삼성전자와 함께 공급사를 2곳으로 정하는 듀얼 벤더 활용방안이 주는 장점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온라인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파운드리 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업계 1위인 TSMC는 미세공정 등의 분야에서 맹추격을 이어오고 있는 삼성전자를 따돌리기 위해 올해 총 280억달러(약 30조 8000억원)을 투자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R&D)에 73조원을, 생산시설 확충에 60조원 등 총 133조원을 투자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한 해만 약 12조원을 시스템 반도체에 투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련기사
- 삼성전자, 갤럭시S21에 시스템반도체 1위 의지 녹였다
- ‘총수 자리 비우면 투자는 누가... ’ 이재용 선고 앞두고 숨죽인 삼성
- 삼성전자, 차세대 엑시노스 앞세워 프리미엄 모바일 AP 시장 공략
- 이재용 새해 첫 행보는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도 신화 만들자”
- 삼성전자, 카메라 ‘신경’ 이미지센서로 ‘시스템반도체 1위’ 정조준
- '7만전자' 달성한 삼성... 향후 과제는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가치 올려라”
- 반도체 미세공정 힘 주는 삼성전자…메모리·파운드리 '수장' 바꿨다
- 추격자에서 선두주자로...TSMC에 ‘3나노’ 선전포고 한 삼성
- “낸드, 기본기 갖춰야” 자신감 넘친 삼성전자…이유는 이재용의 초격차
- 코로나보다 두려운 건 TSMC...이재용이 네덜란드 다녀온 이유는
- '반도체 초격차' 핵심 EUV 확보 위해 발로 뛴 이재용
- 삼성전자, 퀼컴 차세대 5G칩 전량 수주…기술력 인정
- 삼성전자,엔비디아 차세대 GPU 생산
- 삼성전자, 인텔 맹추격…“3분기 격차 더 줄어들 것”
- “삼성 가야 할 길 계속 가야” 경영 공백 우려에 입 뗀 이재용
-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170억달러 투자 검토
- 인텔, 삼성·TSMC에 선전포고…“구글·MS 파운드리 끌어올 것”
- 바이든, 삼성전자 앞에서 웨이퍼 들고 “투자 기다릴 이유 없다”